20세기 미술의 거장 마티스는 생애 후반, 뜻밖의 선택을 합니다.
더 이상 붓을 들 수 없었던 그는, 물감을 버리고 색종이와 가위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붓 없이도 완성도 높은 명화들이 탄생했습니다.
이 시기의 작품을 우리는 '컷아웃(Cut-out)' 또는 '오려붙이기(collage)'라고 부릅니다. 표현 수단은 달라졌지만, 마티스의 색에 대한 감각은 오히려 더 과감하고 명확해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가위로 그림을 그린다."
큐레이터의 시각에서 볼 때 이 컷아웃 작업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마티스가 평생 탐구해 온 '색의 순수성'과 '구성의 자유'를 완성한 결정판이라고 느낍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이 작업을 소개할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복잡한 설명 없이, 오리고 붙이기만으로도 충분히 미술을 '경험'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마티스의 컷아웃 작업에 집중해, 그가 이 시기를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그리고 초등학생과 연계할 수 있는 활동 아이디어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해드릴게요.
마티스 컷아웃 작품의 특징 - 큐레이터가 본 명화의 전환점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은 단순한 종이 오리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1941년 대장암 수술 이후 심각한 건강 악화로 인해 앉아서 붓을 들고 그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술을 멈출 수 없었던 그는 '그림을 자르고 붙이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로 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이 시기부터 마티스는 조수들에게 색종이를 채색하게 한 뒤, 직접 오려내고 벽이나 캔버스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갑니다.
이 작품들은 선이나 원근 없이 오직 색과 형태의 배치로 이루어졌으며, 복잡한 표현 없이도 리듬, 균형, 에너지를 담아낸 최고의 명화들로 평가받습니다. 큐레이터로서 컷아웃 작업을 보면, 마티스가 추구했던 예술의 본질이 여기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그는 말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작업을, 이 단순한 종이 조각 속에 담으려 한다."
실제로 대표작 《푸른 누드 IV》, 《이카로스》, 《폴리네시아 – 바다》, 《달팽이》 같은 작품들은 단순한 색면 구성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달팽이》는 정중앙을 향해 회전하듯 붙여진 색종이 조각들이 마치 생명의 나선처럼 보이며, 형태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이 아주 혁신적입니다.
이처럼 마티스의 컷아웃은 그 자체로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릴 만큼 큰 예술적 완성도를 갖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는 마티스 컷아웃 명화 - 큐레이터 엄마의 감상 가이드
마티스의 컷아웃은 형태나 상징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도, 색과 구성만으로도 감정을 전하는 힘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볼 때는 "이 색들이 어디로 움직이는 것 같아?", "이 조각들 중에서 제일 시선이 가는 건 뭐야?"처럼
시각적 리듬과 감각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카로스》는 사람 형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단순한 곡선과 별, 배경색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카로스가 하늘을 날다 떨어지는 신화적 내용을 모티브로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저 사람은 춤추는 것 같아!", "저건 우주처럼 보여요" 같은 자유로운 해석을 끌어내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또한 《폴리네시아 – 바다》에서는 물고기, 별, 파도 모양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아이는 "물 속에 있는 느낌이 나요", "여기선 소리가 안 들릴 것 같아요"처럼 자신의 감각과 상상을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로서 아이들과 이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답이 없다'는 감상 태도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명화란 내 감각과 사고가 반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그림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죠.
색종이로 하는 미술 - 마티스 컷아웃을 따라 해보는 명화 활동
마티스의 컷아웃 작품은 아이들과 실제 활동으로 연계하기에 가장 적합한 예술 형식입니다. 그림 실력보다 색 조합, 배치, 감정 표현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고, 오히려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마티스처럼 오려보기'입니다.
- 먼저 색종이나 마분지에 원하는 색을 넉넉하게 준비합니다.
- 가위로 자유롭게 곡선, 뾰족한 조각, 둥근 조각 등을 오려냅니다.
- 흰 종이나 큰 스케치북 위에 원하는 배치로 붙여봅니다.
이때 중요한 건 처음부터 완성된 그림을 구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에게는 "마치 퍼즐처럼 색 조각을 놓아보자"고 이야기하고, "네가 원하는 느낌을 색으로 구성해보자"는 식으로 유도하면 좋습니다.
또 다른 활동은 '감정 표현 컬러 컷'이에요. 예를 들어 '화났을 때', '기분 좋을 때', '우울할 때' 등의 감정을 먼저 떠올리게 하고 그 감정에 어울리는 색과 형태를 골라 오려 붙이게 합니다. 이 과정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색과 형태로 바꾸어 표현하는 훈련이 됩니다. 특히 정서적인 언어 표현이 서툰 아이들에게도 매우 효과적이에요.
큐레이터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활동은 단순한 만들기를 넘어 예술적 사고, 감정 인식, 창의적 시각 구성 능력까지 함께 자극하는 통합 미술 교육의 한 방식입니다.
명화가 된 색종이 - 큐레이터 엄마가 전하는 마티스 컷아웃의 가치
마티스는 말년에 "지금 나는 예술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붓을 들 수 없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계속 만들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한 컷아웃 작품들은 오늘날 전 세계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큐레이터로서 마티스의 컷아웃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받는 반응은 "저렇게 간단해 보여도 명화인가요?"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간단함 속에 마티스의 평생의 예술적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아이와 함께 느껴보는 것이야말로, 이 명화를 감상하는 가장 의미 있는 방식입니다.
마티스의 컷아웃은 예술이 거창하거나 어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가 가위를 들고, 색종이를 자르고, 자유롭게 붙이는 그 순간 이미 마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작은 예술가가 되어 있는 거예요.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아이의 손끝을 응원해 주는 것, 그리고 그 작품 앞에서 "이 작품을 보니 어떤 기분이 들어?”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 질문 하나로, 아이는 예술과 더 가까워지고 색과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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