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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엄마의 명화 해설

감정을 조각한 예술가 로댕의 작품세계 함께 읽기

무겁고 단단한 돌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요?
팔짱을 끼거나 얼굴을 찌푸리거나, 누군가를 끌어안고 있는 순간은 평범한 몸짓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을 돌로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로댕의 조각 앞에 서면 마치 멈춰버린 마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로댕의 대표작품《생각하는 사람》은 단순히 고민에 잠긴 남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감정 전체를 덩어리째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되물어보게 되죠. 이번 글에서는 큐레이터 엄마의 시선으로, 감정을 가장 잘 조각한 예술가 로댕의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보고,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질문들도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눈으로만 보는 감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감상으로 안내할게요.

 

로댕은 어떻게 돌에 감정을 담았을까요?

오귀스트 로댕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활동한 조각가예요. 당시 대부분의 조각은 근육이 완벽하고 표정이 정제된 고전적인 형태였지만, 로댕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의 조각에는 멈춘 동작 안에 살아 있는 감정이 흐르고 있었죠.

그는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재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손끝, 울퉁불퉁한 표면, 긴장된 어깨선 같은 디테일 속에서 감정을 끌어냈어요. 로댕은 이런 말을 남겼어요.

“나는 외모를 조각하는 게 아니라, 영혼을 조각한다.”

예를 들어 《생각하는 사람》은 처음엔 단지 《지옥의 문》이라는 거대한 작품의 일부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조각 하나만 보고도 “무엇을 그렇게 깊이 생각할까?”, “왜 저렇게 굳은 채로 앉아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죠.

생각하는 사람 작품을 아이와 함께 감상하며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이 사람은 방금 어떤 얘기를 들은 걸까?

“저 손은 얼굴을 가리는 걸까? 아니면 감정을 누르고 있는 걸까?

“이 자세로 계속 있다면, 어떤 말이 입에서 나올 것 같아?”

 

이런 질문은 단지 감정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과 상황을 상상하는 감상으로 확장돼요.

 

로댕의 대표작 속으로 들어가 보는 상상 감상법

로댕의 조각은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어요. 고요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연극 장면 속에 뛰어드는 느낌이지요. 대표작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볼게요.

《입맞춤》은 사랑하는 두 인물이 서로를 안고 있는 장면을 담은 대리석 조각이에요. 눈을 감은 채 입술이 닿기 직전의 순간을 표현한 이 작품은 정말 조용한데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떨림이 전해집니다.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며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이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까?”

“만약 이 장면에 배경 음악이 있다면 어떤 곡이 어울릴까?”

“이 두 사람이 5초 뒤에 할 행동을 상상해볼까?”

 

이런 상상은 감정을 구조로, 형태로 읽어내는 훈련이 돼요. 아이의 상상 속 감상이 자연스럽게 예술 해석으로 이어집니다.

또 다른 대표작인《칼레의 시민들》은 전쟁에서 도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시민들의 이야기입니다. 다섯 명의 인물이 땅을 내려다보거나,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어요. 그 조각을 보는 순간, 아이도 묻게 됩니다.
“왜 아무도 눈을 들고 있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외롭게 서 있는 걸까?”

이럴 때 “그들 중 한 명을 연기해본다면 어떤 자세가 어울릴까?”라고 묻는다면, 감정이 몸으로 연결돼서 더 깊은 공감형 감상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조각은 멈춰 있지만, 감정은 움직이고 있어요

로댕의 조각은 정지된 모습이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아이들이 조각을 볼 때 “살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에요. 정말로 조각이 시간을 멈춘 감정의 한 장면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할 때, 로댕의 작품은 관람자가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작품의 높이, 조명, 배치 방식까지 섬세하게 고려합니다. 왜냐하면 이 조각들은 정면만으로는 다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옆으로 걷거나, 고개를 숙여보거나, 높이 올려다보아야 비로소 그 표정과 손의 긴장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는 시도를 해보세요.

 

“이 사람 뒤에서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무대에서 배우가 한 걸음 물러선 순간, 관객이 느끼는 건 뭘까?”

“이 사람은 조각이 아니라면 어떤 소리를 낼 것 같아?”

 

이런 질문은 ‘보는 감상’을 넘어서 ‘들리고 움직이는 감상’으로 이어지게 해줍니다. 아이는 관찰을 통해 감정을 해석하고, 감정을 통해 인물을 상상하고, 상상을 통해 작품과 연결돼요. 그건 교과서식 설명보다 훨씬 더 생생한 예술 교육입니다.

 

아이와 함께 로댕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들

로댕의 조각을 아이와 함께 감상할 때는 꼭 많은 설명을 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한 작품을 오래 바라보며 질문하고, 상상하고, 몸으로 반응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에요.

추천 활동 1: 조각 속 인물의 마음 일기 쓰기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이 마음속에 쓰고 있는 일기를 상상해서 한 줄 써볼까?”
→ 감정 언어 표현력 향상에 아주 효과적이에요.

추천 활동 2: 조각 따라 몸으로 표현하기
《입맞춤》이나 《칼레의 시민들》 속 인물 한 명을 골라, 똑같은 자세를 해보게 해보세요.
→ “몸이 어디가 제일 힘들까?”, “내 표정도 똑같이 돼버렸어”라는 말이 나올 때, 진짜 감상이 시작됩니다.

추천 활동 3: 감정 조각 상상하기
“슬픔을 조각으로 만든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기쁨은 어느 쪽을 향해 있을까?”
→ 아이의 감정 어휘 + 공간 감각 + 창의력까지 동시에 확장됩니다.

큐레이터 엄마로서 늘 느끼는 건, 조각은 아이가 감정을 배우고 표현하는 데 탁월한 매개체라는 거예요.
감정을 글이나 말이 아닌 형태로 다룬다는 점에서 조각은 말보다 깊은 언어가 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조각 앞에 서서 오래 바라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남깁니다.
감정을 돌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아이는 말보다 더 깊은 언어를 마주하게 되지요.
로댕의 조각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질문하며 살아 있는 감정과 만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