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그림을 처음 본 초등학생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왜 얼굴이 이상하게 생겼어? 눈이 두 개인데 한쪽은 옆에 있어!” 미술관에서 수천 점의 작품을 설명해온 저에게도 이 질문은 가장 순수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은 왜 그렇게 생겼을까요? 단순히 이상하게 그렸기 때문일까요?
이 글에서는 큐레이터로서의 경험과 엄마로서의 시선을 더해, 피카소의 작품 세계, 특히 추상화의 개념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보려 합니다. 또한 피카소라는 작가가 왜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지, 그리고 대표작인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도라 마르의 초상>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며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도 제시하겠습니다. 아이와 명화를 함께 감상하는 과정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피카소는 누구일까요? – 작가 소개와 대표작
파블로 피카소는 1881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나 1973년 프랑스에서 생을 마친 20세기 대표 화가입니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도예, 판화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으며, 무엇보다 ‘입체주의(Cubism)’라는 새로운 화풍을 창조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은 비교적 사실적이었으나, 점차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인 <아비뇽의 처녀들>(1907)은 인체를 정면과 측면에서 동시에 그리는 시도로, 미술사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게르니카>(1937)는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전쟁의 비극을 추상적 형상으로 강하게 표현해냈습니다. 그 외에도 그의 연인 도라 마르를 모델로 한 <도라 마르의 초상>은 감정과 관찰을 동시에 담아낸 인물화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피카소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형태로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였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보세요. “피카소는 세상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보이는 대로 그렸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옆모습인데 눈은 앞에서 보는 것처럼 그렸어.”
추상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요?
추상화는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슨 그림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은 어렵게 하기보다, ‘다르게 보는 법’을 알려주는 쪽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 얼굴은 한쪽은 옆모습, 한쪽은 앞모습이야. 너는 친구 얼굴을 옆에서 본 적 있어? 앞에서 본 적은? 피카소는 둘 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래.” 이런 식의 설명은 아이의 관찰 경험과 연결되어 이해하기 쉽습니다.
또한 추상화의 핵심은 ‘생각과 느낌을 형태로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무언가 기분 좋을 때 표현할 색, 화가 날 때의 선을 상상해보게 하세요. “너라면 기쁜 기분을 어떤 색으로 그릴까?”, “피카소는 이 사람을 무섭게 보이게 하려고 눈을 왜 저렇게 그렸을까?”와 같은 질문은 단순한 감상에서 나아가 표현의 의도와 감정 해석으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이상하게 그렸다’가 아니라 ‘다르게 보려고 한 시도’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추상화는 정답이 없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도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미술 감상법을 열어주는 좋은 시작점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피카소 작품과 질문법
아이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피카소 작품은 <도라 마르의 초상>, <세 명의 음악가>, <아비뇽의 처녀들> 등이 있습니다. 모두 형태가 파편화되어 있고 색감이 강렬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좋습니다.
작품을 보여주며 “이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이 얼굴은 앞을 보고 있을까? 옆을 보고 있을까?”, “이 그림 속 배경은 어디 같아?”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중요한 건 대답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아이의 상상과 해석을 스스로 말해보는 것입니다.
감상 후에는 ‘나만의 추상화 얼굴 그리기’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얼굴을 정면에서 그리고, 한쪽 눈은 옆모습처럼 옆으로 길게 그리게 해보세요. 입은 두 개로 그려도 괜찮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아이는 추상화의 ‘형태를 해체하는 시도’를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이처럼 감상과 활동을 함께 진행하면 아이는 미술 작품을 보는 데 거부감이 줄고, 더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피카소의 그림은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놀 수 있는 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 엄마의 팁: 추상화 감상, 어렵지 않아요
많은 부모님들이 추상화나 현대미술을 어려워하십니다. “나도 모르는데 아이한테 어떻게 설명하지?”라는 걱정도 많이 하시지요. 하지만 큐레이터로서의 경험을 돌아보면,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함께 바라보는 자세’였습니다.
피카소는 우리에게 “다르게 보는 시선”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려준 화가입니다. 아이에게도 이 그림은 단순한 얼굴 그리기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추상화는 정해진 뜻이 없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존중해주면 그 자체로 훌륭한 감상 수업이 됩니다. 부모가 할 일은 “왜 이렇게 그렸을까?”, “넌 어떻게 느껴져?”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구나”라고 반응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림을 보는 방법은 단 하나가 아닙니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예술 교육의 출발점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와 함께 피카소의 그림을 한 장 꺼내놓고 “너는 이 그림이 어때?”라고 조용히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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