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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엄마의 명화 해설

큐레이터 엄마의 명화 해설: 뭉크의 '절규'로 배우는 감정 표현의 힘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단순한 미술 활동을 넘어, 마음의 건강과 정서 발달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특히 초등학생 시기는 감정 어휘가 넓어지고, 자아가 성장하는 시기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배우기에 적절한 시기입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대표작인 《절규(The Scream)》입니다. 강렬한 색감과 일그러진 얼굴, 휘어진 배경 속 인물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이 그림은 아이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깁니다.
이 글에서는 뭉크가 작품을 통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해,  큐레이터로서의 미술 전문성과 엄마로서의 교육적 경험을 바탕으로로 자세히 안내해드릴게요. 

 

에드바르 뭉크는 누구일까요? - 감정을 예술로 기록한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1863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났으며, 인상주의 이후 유럽 화단에 큰 영향을 끼친 표현주의(Expressionism)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화가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깊은 고통을 경험했고, 그러한 감정들은 그의 작품 세계에 뚜렷하게 반영되었습니다.
뭉크는 밝고 화사한 아름다움을 그리기보다, 고독, 불안, 상실, 두려움 같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는 “내 예술은 고통의 자서전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기록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절규》, 《병든 아이》, 《불안》, 《입맞춤》 등이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인물의 표정이나 신체의 왜곡, 강렬한 색채 대비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절규》는 단순히 두려움의 표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가 느끼는 깊은 불안감과 외로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명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절규’라는 그림 속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까요?

《절규》는 1893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현재까지 총 네 개의 버전이 존재합니다. 작품 속 배경은 뭉크가 실제로 걸었던 노르웨이 오슬로 근교의 에이케베리 언덕입니다, 석양이 지는 강 위의 붉은 하늘과 뒤틀린 선들이 인상적입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모습의 인물은 입을 벌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뒤로는 두 명의 인물이 멀리 서 있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뭉크는 자신의 일기에서 “태양이 지고, 하늘이 피처럼 붉어졌을 때, 나는 자연 전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썼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외적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극심한 불안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이와 작품을 감상하며 이렇게 설명해 보세요. “이 사람은 정말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닐 수도 있어. 뭉크는 마음속에서 너무 무섭고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세상 전체가 그런 느낌처럼 보였대. 그래서 사람 얼굴도, 다리도, 하늘도 다 흔들리게 그린 거야.”
이러한 설명은 아이들이 감정을 단순히 ‘표정’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주변 환경과 색감, 형태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와 함께 '절규'를 감상하며 감정 표현 배우기

감정 표현은 단순히 “기쁘다”, “슬프다”는 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색, 형태, 구도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절규》를 감상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아이에게 던져 보세요.

  • “이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 “이 배경은 왜 이렇게 울렁울렁거릴까?”
  • “하늘이 빨간색인 이유는 무엇일까?”
  • “무섭고 두려운 감정을 어떤 색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이처럼 아이가 작품 감상을 자신의 감정에 연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그림이 단순한 ‘보기’에서 나아가 ‘느끼기’로 전환됩니다.
    이후 활동으로는 <나만의 절규 그리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좋을까?”라고 제안하고, 무서울 때, 속상할 때, 당황했을 때의 기분을 색과 선, 표정으로 그려보게 하면 됩니다.
    정해진 형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격려하면,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큐레이터 엄마의 명화해설 그림으로 감정표현하기

 

큐레이터 엄마의 팁 - 미술은 훌륭한 감정 표현의 수단

 

미술은 아이에게 창의력을 길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는 통로로도 매우 유용합니다. 특히 언어로 감정을 말하기 어려운 어린 시절에는, 그림이 감정 표현의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뭉크의 《절규》는 예쁘거나 정돈된 그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그림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의 폭풍을 고스란히 담아낸 명화입니다. 아이가 무서움, 외로움, 분노, 당황함 같은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경험을 선물해주세요.
부모로서 꼭 해줘야 할 말은 “이렇게 느끼는 건 괜찮아”, “이 기분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때?” 같은 문장입니다.
미술은 정답이 있는 활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해석을 존중받는 경험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오늘 아이와 함께 뭉크의 《절규》를 감상하고,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아이의 내면도 함께 열리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